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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생님, 마담 일로나는 나이가 지긋한 분이었는데, 직접 짠 회색 목도리를 두르고 계셨어.

방 한가운데 의자에 앉아 계셨는데, 우리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셨어. 동화책 제목은 이제 기억나지 않아.

근데, 생각해보면 그 어두운 방에서 우리한테 어떻게 읽어 주셨을까 의문이 가.

선생님은 우리를 정말 사랑하셨어. 아마도 우리에게 책을 읽어주시는 시늉을 하셨던 것 같아.

그래서 우리에게 새로운 동화를 지어서 이야기해 주신 듯해.

 

선생님이 몇 년 만에 한번, 많은 눈과 아름다운 별들이 이 마법과 같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줬어요.”라고 이야기하시던 순간, 누군가가 문을 큰 소리로 두드렸어. 모두들 놀란 눈으로 문을 바라보았어.

몇 번 문을 더 두드렸어. 마담 일로나가 문쪽으로 다가가서 누군지 물어보지도 않은 채 문을 열어 주셨어.

 

문이 열리고 찬 바람이 방안으로 불기 시작했어. 한 남자가 모자에 쌓인 눈을 털고 큰 소리로 외쳤어.

안녕하세요!”

!, 나는 앞으로 네가 이 곳에 다시 안 올 줄 알았어!

 

마담 일로나가 잭을 꼭 안아주셨어. 마치 아들이 전쟁터 같은 어딘가 먼 곳으로 떠날 때, 배웅해 주는 엄마같이 말이야.

그 남자는 웃고 있었고, 우리는 도대체 누가 온 건지 이해하지 못 한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지. 그는 그냥 서서 웃고 있었어.

나는 이런 날씨에 고아원에 와서 웃고 있는 그가 그냥 바보 같았어.

그러다가 문 밖으로 다시 나갔다가 커다란 가방을 가지고 방 안으로 다시 들어왔어. 방 한가운데 가방을 내려 놓더니 다 같이 나눠 먹자.”라고 말하는 거야. 가방 안에는 12kg정도 되려나? 아무튼, 사탕이 엄청 많이 있었어.

 

갑자기 찾아온 남자가 우리 곁에 앉은 후에 이야기를 시작했어.

그거 알아? 나도 여러분과 같이 이 곳에서, 이 고아원에서 15살까지 살았어. 내가 5살이었을 때, 엄마가 나를 이 곳에 남겨 두었어.”

그 때는 여기에 매일 화만 내는 요리사 아주머니가 있었는데, 매일 맛없는 카샤(죽)를 다 먹으라고 시켰지.”

나는 갑자기 뭔가가 생각나서 이야기했어.

지금도 그런 아주머니 여기에 있어요.” 모두가 깔깔 거리며 웃었어.

“부끄러워하지 말고, 다들 사탕 먹어.” 잭이 웃으며 이야기했어.

얼마 지나지 않아 다들 사탕으로 배를 채우고, 미스터 잭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어.

 

이 사람은 아마도 지구 곳곳을 다 가본 것 같았어. 그는 아프리카 여행기, 어느 외딴섬에 있는 아마존의 부족장과 만남을 가졌던 이야기, 하얀 눈이 뒤덮은 무르만스크에 대한 이야기, 우리로 부터 멀리 떨어진 러시아의 북극권 이야기.

 

우리는 갑작스러운 손님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있었어. 그는 늦은 밤까지 우리에게 이야기를 해 주며 웃기기도, 놀래키기도 했어.

취침시간이 되어 우리가 침대로 가려고 준비하는 데, 그가 의자에서 일어나서 우리에게얘들아, 너희들을 만나서 정말 반가웠어.

나도 이제 가야 할 시간이야. 마담 일로나, 안녕히 계세요. 그리고 정말 감사했어요.”라고 말했어.

 

그는 출구 쪽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문을 열기 직전 깊은 한숨을 내 쉬었어.

 

우리 쪽을 다시 바라보고는 한 명, 단 한 명만 내가 여기에서 데리고 갈 수 있어. 모두를 데리고 가고 싶어.

여기에서 이야기를 하는 동안 한 명, 한 명의 눈을 보면서 누구를 데리고 갈까 많은 생각을 했어.

여기 있는 모두는 정말 좋은 아이들이야. 하지만 나는 선택할 수가 없었어내 아내 마르시는 나와 같은 이유로 여기에 오지 않았어.

맞아, 나도 누군가 한 명을 선택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인 걸 알고 있었어.”라고 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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